평소에 갈 일도 없었던 공원이 있었다.
강아지랑 산책하기 좋은 공원이라는 말을 듣고
그 근처에서 일이 있는 김에 혼자 들러 보았다.
거기서 빼빼 마른 꼬질한 백구를 하나 만났다.
목줄도 없고 중성화도 안 되어 있었다.
강아지 간식은 항상 챙겨두기에
닭가슴살을 조금 나눠줬는데 애가 순하고 선하더라....
차라리 사람을 경계하고 피해다니면 산으로 들어갈테고
시보호소에 잡혀가 안락사 명단에 오를 위험이 적을 텐데
사람을 좋아해서 따르는 애였다.
이렇게 갑자기 또 개를 줍게 되나 심장이 두근거렸다...
얘를 두고 고민하며 복잡한 나에게
어떤 아저씨가 다가왔다.
그동안 얘가 길에 돌아다니는걸 봐왔고
밥도 챙겨줘서 아는 개라고 했다.
내가 만났고 교감을 한 이상 길에서 죽게 할 수는 없었다...
다음 일정이 있어서
나는 동물보호단체에서 봉사하고 있는 사람이라 말하며
일단 아저씨와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얘를 구조할 방법을 찾아볼테니 그동안 보살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주변 봉사자들에게도 이 일을 이야기 했다.
구조의 시작은 일단 얘가 있을 곳을 찾는 것 부터다
내가 오래 봉사했던 허그미 쉘터는
이미 모든 방이 꽉차서 누가 입양을 가지 않으면
더 입소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위탁처를 찾던가 임시보호 가족이라도 구해야
구조를 할 수 있다.
아저씨에게 가끔 소식을 받으며
임보처와 위탁처를 알아보고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다.
야근 하고 회사 문 밖을 나서자 마자
다른 활동가들에게 전화가 급하게 왔다.
지금 걔가 산책하고 있는 강아지랑 사람들을 따라다니는데
차가 다니든지 말든지 차도로 뛰어들고
신나서 돌아 다니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오늘 그냥 두면 차에 치이고 말 것 같다고...
당근에도 계속 올라오고 난리라고...
나는 당장 출발해도 2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였다.
허그미쉘터 나소장님께 전화해서
너무 죄송하지만 내가 구조자로 책임 질테니
펫호텔도 운영하는 병원에 입원 시켜달라고 했다.
아저씨한테도 전화해서 포획을 좀 도와달라고 했다.
아저씨도 마침 걔가 자주 출몰하는 장소로
보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나소장님과 아저씨가 힘을 합쳐 단테를 포획했고
병원에서 칩을 스캔했는데 예상했듯이 내장칩은 없었다.
그리고 너무나 예상대로 심장사상충은 양성..
지알디아도 감염되어 치료가 필요했다.
그렇게 처음 가 본 동네에서 난데 없이 개를 주웠다...ㅎㅎ
허그미쉘터의 시즈카상이 나중에 말씀하시길
그 날 단테가 날 부른 것 같다고 하셨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황당한 우연이다ㅋㅋ
단테는 지금 허그미쉘터에서 위탁하며
심장사상충치료와 입양가족을 찾을 준비를 하고 있다.
단테의 이야기는 계속..
'반려동물 > 강아지입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그미쉘터 마리 이야기 (0) | 2024.11.16 |
---|---|
럭키와 세븐이 이야기 (2) | 2024.11.10 |
유기견 구조, 병원에 입원 시키고 파악한 단테의 성격 (3) | 2024.11.09 |
점프 잘생긴 진도믹스 황구 (Jindo Mix adoption) (1) | 2024.02.14 |